지난 수요일 저녁.
마트 갔다가 충동적으로 김치나 한번 담가보자는 마음에 덜컥 사온 알배추.
큰 배추를 한 포기만 사다가 시험삼아 담아볼까 싶었는데
세 개 묶음으로 망에 담아 놓고 판매하는 것 밖에 없어 겉 잎사귀 떼고 쌈용으로 포장해놓은 알배추 두 통을 샀다.
어디서 들은건 있어가지고 마른고춧가루를 쓰는 것 보다
홍고추를 갈아서 쓰는게 김치 맛이 더 시원하고 좋다는 말에 홍고추도 한 봉지 같이 구매.
포기김치를 담그기에는 아직 내공도 부족한데다 배추도 적어서 그냥 막김치를 담그기로 하고
배춧잎을 하나하나 떼서 적당한 크기로 툭툭 잘라 소금을 뿌려서 절였다.
항상 배추를 너무 심하게 절여서 생김치를 담아도 짭짤한 맛 밖에 안나는 엄마표 김치에 대한 반항심으로
일부러 소금을 좀 적게 뿌려서 슴슴하게 먹는 김치를 목표 삼아
생애 첫 김치담그기에 도전~!!
배추 사이사이에 소금을 조금씩 뿌려주고 물도 적당량 부어서 숨이 죽기를 기다렸다.
제일 중요한 김치 양념.
생 홍고추, 생강, 양파, 멸치액젓을 넣고 갈았더니 뭔가 좀 허전한 색상의 양념 완성.
새빨갛고 먹음직스러운 그림이 나와야 하는데
이거 이거 왤케 허여무리한게 갈비탕 다대기 양념 비쥬얼이 나오능겨?;;;
뭔가 좀 쌔한 기운이 뒤통수를 치고 지나갔지만 이미 수정하기에는 늦어버린 상황.
아무래도 시원하고 맛있으라고 갈아넣은 양파가 패착인 듯. -_-
소금 간 한지 한시간 경과.
아직은 숨이 한참 덜 죽어서 살짝쿵 뒤적여주고 세 시간 쯤 더 놔두기로.....
그. 리. 하. 여.
배추 줄기가 부러지지않고 살짝 휘어지는 정도로 절여진 걸 확인하고
물에 두어번 헹궈서 한 시간 동안 물기를 뺀 뒤
준비해놓은 양념에 마늘 투척 후 버물버물..
.
.
.
.
.
홍고추를 제법 많이 갈아넣고 생강, 마늘도 넉넉하게 넣었는데
양념하여 버무린 김치가 이 모양 이 꼬라지..... ㅋㅋㅋ
이건 뭐 물김치 버젼도 아니고 허여무리한게 김치가 아닌 배추나물(?) 무침 비쥬얼. 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양념에 같이 갈아넣은 양파가 생애 첫 김치를 말아먹은 것 같애.... ㅠㅠ
.
.
.
이리하여 나의 첫 김치 담그기 미션은 장렬히 실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 : 목요일 낮에 담궜던 김치가 벌써 맛이 들어서 새콤해졌다. 아무래도 소금간이 너무 약했던 듯. 어제 녹두죽이랑 같이 먹었더니 뭐 맛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좀 삼삼한 것 빼고는.. ㅎㅎㅎ 더 쉬어터지기 전에 빨랑 먹어치우고 다음번엔 좀 더 신중을 기해서 다시 한 번 더 도전하기로....
'kitch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깔끔한 스낵 두 가지 (2) | 2015.05.08 |
---|---|
돼지 두루치기 (0) | 2014.08.31 |
보이브라질 (0) | 2014.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