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버리에서 버튼 온 더 워터 까지는 차로 20분 내외.
일단 도착하자마자 먼저 점심 식사를 하고 그 이후에 둘러보기로 했다. 가이드분께서 투어 참석자들에게 몇 군데 괜찮
은 레스토랑을 추천해주긴 했는데 나는 맘 속에 따로 정한 메뉴가 있어서 추천한 곳 말고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마침 일요일이라 선데이 로스트 비프를 하는 곳이 있을 것 같아서 가이드분께 물어봤더니 " Duke of Wellington" 이라
는 펍을 추천해주심. 그러면서 대단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원래 영국의 대표적인 음식이 로스트비프이긴 하지만 한국
사람들 입 맛에 그다지 맞지는 않을텐데 다른걸 드시는게 어떠냐고 심각하게 조언해주셨음. 다른 분들도 삼삼오오 짝
을 지어 가이드분께서 추천해주신 점심을 먹으러 가던데 내가 먹기로 한 로스트비프에 호응해주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ㅋㅋㅋㅋㅋㅋ 뭐 어차피 낮선 사람들과 어울리는거 불편해하는데다가 나도 혼자인 쪽이 훨씬 편하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펍에 들어가서 점심 주문. 코츠월드가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긴 하지만 시골은 시골인지라 물가는 런
던보다 좀 더 저렴해서 선데이로스트랑 콜라 한 잔에 10파운드 정도 나왔다.
펍에서 주문하는 방법은 이렇게 바텐더가 있는 바에 가서 자신이 마실 음료나 음식을 말하고 계산한 뒤 테이블을 잡고
편하게 앉아서 기다리면 된다. 음료같은 경우는 집접 받아서 와야하고 가끔은 음식도 자신이 직접 가지러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펍이나 주문하는 메뉴에 따라 조금씩 다르니 그때 그때 알아서 요령껏 맞추면 OK~!!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바텐더나 웨이트리스에게 주문을 하기 전, 먼저 눈이 마주치기를 기다렸다가 인사를
건네는 것. 다른 사람들의 주문이나 계산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무턱대고 달려가서 자기 할 말만 쏟아내면 아주
아주 무례한 행동이니 잠시 기다렸다가 바텐이 먼저 내 쪽에 시선을 주기를 참을성있게 기다려야함.
내 주문을 받을 준비를 하고 나면 그때 Hello~! 하고 인사를 건네고 주문을 할 것. 이 영국식 매너를 잘 몰라서 의도치
않게 실례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이런 무례한 행동에 불쾌감을 느낀 종업원들이 다소 딱딱하고 까칠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이 먼저 실례를 범했다는걸 잘 모르고는 내가 동양인이라 인종차별을 한다느니, 영
국인들은 너무 불친절하다느니, 하는 불만스러운 평을 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
라는 속담이 있듯이 내 쪽에서 먼저 문제있는 행동과 언사를 해놓고는 똑같은 방식으로 피드백이 돌아오는 것을 욕하
는 것은 우스운 일. 나부터 먼저 매너와 예의를 지키고 상대를 먼저 대접해주는 의무를 다해야 나도 대접받을 권리가
생긴다는 것만 잊지 않는다면 문화권이 다른 곳으로 여행을 하더라도 큰 트러블은 피할 수 있다.
아, 물론.. 어느 나라나 할 것 없이 내쪽에서 먼저 예의를 다했는데도 개똥같은 매너로 나의 인내심을 자극하는 싸가지
들도 있긴 하다. 이런 경우는 뭐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따따부따 따져봐야 별 소용없으니 그냥 대인배 모드로 참고 최
대한 빨리 불쾌감을 털고 즐겁게 여행하는게 최선이다. ㅎㅎㅎ
바에 가서 선데이로스트와 콜라를 주문하니 주문서와 함께 냅킨으로 돌돌 말아놓은 포크, 나이프 셋트를 건네줬다.
그러면서 주방으로 가서 주문서를 건네주고 음식을 받으면 된다고 친절히 일러줌. 아무자리에나 앉아도 되냐고 물었
더니 맘대로 앉으란다. 내 주문은 20대 후반 쯤 되는 여자분이 받아줬는데 내가 외국인인걸 감안해서 아주 또박또박
하게, 그리고 천천히 말해줘서 매우 편했다. 은근 배려심 쩌는 친절한 분이셨음.
주방으로 가서 주문서를 건네주니 고기를 뭘로 선택할지를 물어봤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양고기가 있었는데 소고기
와 돼지고기를 선택했다. 저 큰 고기 덩어리를 커다란 포크로 푹 찔러서 도마로 옮기더니 호기롭게 쓱쓱 잘라서 접시
에 얹어내더니 이번엔 사이드 메뉴를 고르라고 하심. 칩스는 앞으로도 물리도록 먹게 될 것 같아 일부러 삶은 감자와
브로콜리, 그리고 정체 불명의 어떤 야채를 주문했는데 뭔가 좀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삶은 감자를 듬뿍 더 얹어줬다.
ㅎㅎㅎㅎ
아래 가운데가 푹 꺼진 도넛처럼 생긴게 요크셔푸딩. 원래 로스트비프에서 빠지면 섭섭한 사이드메뉴지만 난 별로 안
땡겨서 패스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도 먹어볼 걸.. 싶어 후회하는 중.
콜라 주문할때 얼음 넣어줄까? 하고 물어보길래 엄청 큰 목소리로 " Yes. Please~!! " 라고 했더니 막 웃으
면서 컵에다 얼음 듬뿍 담아줬음. ㅋㅋㅋㅋㅋㅋ
가이드분이 로스트비프는 우리나라 장조림을 물에 살짝 우려낸 뒤에 소스 끼얹어 먹는 맛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
들었지만 난 뭐 그렇게 나쁘다는건 못느꼈다. 고기를 덩어리채로 삶은 뒤 오븐에 구워내는 무삼삼한 요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레이비 소스랑 데친 야채랑 함께 먹었더니 그럭저럭 괜찮았다. 뭐 특별히 맛있다라거나 홀릭할 만한 매력적
인 요소가 있는 음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국대표메뉴이니 경험 차원에서 먹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근데 의외로 소고기 보다는 돼지고기가 더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소고기는 좀 퍽퍽한 감이 있었는데 돼지고기는 부드
럽고 육즙도 풍부한게 맛있었음.
콜라 시원하게 들이켜가며 돼지 빙의하여 꿀꿀꿀 맛나게 먹어대고 있었더니 아까 내 주문을 받았던 웨이트리스가 일
부러 내 테이블까지 찾아와서 음식 맛이 괜찮냐고 물어봐왔다. 내가 엄지 손가락 치켜올리면서 " good!! " 했더니 자기
도 " good " 하면서 웃으면서 갔다. 아.. 나.. 영국이 점점 더 좋아지고 막..... ㅋㅋ
점심 배부르게 먹고 만족스럽게 나오던 중에 봤던 게임머신. 그 뒤로 펍에 갈 때 마다 이런 게임머신을 목격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문화라 좀 신기.... @@
밥도 먹었겠다, 시원한 곳에서 더위도 식혔겠다, 펍 골목을 빠져나와 본격적으로 버튼 온 더 워터를 탐방하러 메인 도
로로 나서는 순간, 나는 또 와글와글한 인파 속에서 아찔한 멀미를 느껴야만 했다.
코츠월드 마을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며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까 내가 들렀던 펍에도 관광객들이 몇 있긴 했지만 손님들 대부분이 동네 주민들이었는데 이 곳 메인 중심가의 까페
나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들은 관광객들로 바글바글바글바글 와글와글와글와글.......... orz
리틀 베니스라는 별명 답게 버튼 온 더 워터는 중심가에 강( 내가 보기에는 그냥 개울이었는데 영국 사람들은 곧 죽어
도 이게 강이란다. 강이라고 바락바락 우기는데 뭐 강이라고 불러주지 그까이꺼... 뭐시라꼬... )이 흐르고 강( -_- )
주위로 여유롭게 잔디밭이 깔려있는데 잔디밭은 이미 피크닉 나온 가족들, 데이트하는 젊은 연인, 개를 데리고 산책
을 나 온 노부부, 몰놀이 나온 꼬마애들로 온통 점령당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최소한 강 사진 만큼은 사람들이 별로 없는 호젓한 모습으로 찍고 싶었는데 이 엄청난 인파들을 마주한 순간, 사진이
고 뭐고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 뿐.... 아아... 나의 코츠월드는 이래서는 안되는거라구 버럭~!! ㅠㅠ
강(?) 깊이가 어린 아이들 종아리 정도 밖에 안된다. 이게 개울이지 어떻게 강이냐고? 응? 응? 응응응? (집요한 성격)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모양인지 물은 정말 맑고 깨끗했다. 애들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래브라도나 마스티프 같은 거
대한 견종들까지 물 안에서 마구 뛰어놀던데 어떻게 이런 수질을 유지하는지 궁금...
거리거리마다 관광객들로 미어터지는 것도 그렇고 이런 관광객들을 적극 소화(?)하기 위해 너무 지나치게 상업화된
마을 분위기도 그렇고... 아무튼 버튼 온 더 워터는 내게 크게 와닿지 않았고 오히려 실망스러웠던 기억만 남겼다.
내가 정말로 가고 싶었던 바이버리는 그나마 만족스러웠고 다시 한 번 더 찾아와보고 싶기도 했는데 버튼 온 더 워터
는 두번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바이버리 다음으로 가고 싶었던 브로드웨이나 치핑 캠든은 아쉽게도 투어를
운영하는 곳이 없어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게 새삼스럽게 더 아쉽고 속상했다.
진짜 나중에 돈 더 많이 벌어서, 그리고 반드시 차를 렌트해서 느긋하고 여유롭게 코츠월드를 방문한 뒤 브로드웨이의
영국전통초가집도 구경하고 캐슬쿰의 예쁜 호텔에서 묵으면서 밤 하늘의 별도 세어보고 버포드의 엔틱 가게에도 들러
서 오래된 찻잔이나 도자기도 한갖지게 구경하면서 코츠월드의 진수를 제대로 느껴줄테다!!!!!!!! ㅠㅠ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카메라 들고 사진찍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싶어서 풍경 사진 몇 장이라도 좀 남겨야지 싶다가도 괜찮은 스팟에서 사진 좀 찍을라치면
중국 익룡무리들이 우루루 몰려가면서 카메라 렌즈를 가리기 일쑤다 보니 마냥 우울해져서 대충 영혼없이 되는대로
찍어댔더니 역시나 결과물들도 이따구 영혼없는 사진이 나올 수 밖에....
↓ 이 사진은 조금 뒤에 모델 빌리지에서 미니어쳐 사이즈로 만나게 된다.
사람들에게 치이는게 너무 싫어서 메인 도로에서 빠져나와 일부러 입장료를 내고 모델 빌리지에 들어갔다.
모델 빌리지는 코츠월드 건물들을 미니어쳐로 제작해서 전시해 놓은 가든.
입구 사진도 분명히 찍었는데 그 사진도 실종되어 올리지 못함. 포스팅하다 느낀건데 실종된 사진들이 꽤 많다. ㅠㅠ
입장료는 3파운드. 한국돈으로 대략 4,800원 정도.
규모도 작고 크게 볼 만한 구경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코츠월드의 집들을 미니어쳐로 만들어놓았다는 점이 마음
에 들어서 굳이 돈을 들여가며 입장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미니어쳐 집 마당에 가든을 꾸며놨는데 꽃이나 나무들도 집 사이즈에 맞춰서 심어놨다는 거......
의외로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섬세하게 꾸며놓은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 아까 시내에서 봤던 상점 건물들을 그대로 재현해놨다. 간판도 쇼윈도우도 똑같이 만들어 놨는데 디테일함에 감탄!
돌로 켜켜히 쌓아놓은 울타리에 저 앙증맞은 꽃이라니!!!!!!
마당에는 잔디까지 깔려있다. -0-
여긴 마을 예배당인데 자세히 보면 안에 나무 의자까지 만들어져 있음.
찬송가까지 틀어놓아서 지나갈 때 은은하게 찬송가 소리가 울려퍼진다.
저 창고 문의 디테일을 보라!!!!
나 지금 버튼 온 더 워터에서 품은 한을 여기서 다 풀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풍나무 조경 완전 예술임. ㅠㅠ)b
모델 빌리지 중간 쯤에 이 모든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 비스무리한게 있는데 거기서 찍은 사진.
여기 오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게 걸리버 여행기 컨셉.
실제로 그런 컨셉으로 사진 찍는 관광객들을 가장 많이 목격했다. ㅎㅎ
여기까지가 모델 빌리지에서 찍은 사진들.
아래 사진부터는 실제 버튼 온 더 워터의 건물 사진.
꽃이 너무 이쁘길래 찍었는데 사진은 실물만큼 이쁘지 않아서 속상하다.
귀여운 트럭에서는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다.
이때는 별로 안땡겨서 안 사먹었는데 좀 후회되네.. 사먹어 볼 걸.... =_=
버튼 온 더 워터에서 따온 가게 이름인 듯. ㅎㅎ
여기 빵이 제법 유명하던데 컵 케익 하나쯤 사먹을걸 그랬다. 포스팅 하다보니 뒤늦게 후회되는게 많구나..;;;;
마을 골목길들을 어슬렁 거리다가 출발 시간이 다 되어서 서둘러 집항 장소로 갔다.
우리 투어 팀들은 다들 시간들을 잘 지키는 분들이라 매번 늦지않고 정시에 출발 할 수 있었다.
다음 일정은 대학 도시로 유명한 옥스포드.
버튼 온 더 워터를 출발해서 옥스포드 가는 길에 지나쳤던 버포드.
나 여기도 정말 와보고 싶었는데 이 곳 땅 한 번 밟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만 가야 하는게 너무 아쉽다.
버포드 역시 다음을 기약하며...... 아무튼 이런 아쉬움이 남아있어야 다시 찾아오게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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