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온 더 워터를 출발해서 또 다시 차를 타고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옥스포드.
옥스포드 하면 캠브리지와 더불어 영국의 최고 명문대학으로 손꼽히는 곳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University 개념과는 조금 달라서 각 college별로 독자적인 운영을 해나가고 있어 교수진 및 학부
생을 뽑는 과정이나 행정이 독립되어있다고 함. 물론 University 가 제시한 입학 요강을 따르기는 하지만 선발이나 행
정에 관해서는 간섭받지 않는다고 한다.
옥스포드는 총 38개의 college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단과대학별로 격차가 많이 나기 때문에 단순히 Oxford 출신이라
고해서 모두 다 명문대생이라고 할 수 없다고.....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christ church college 와 kings college. 이외에도 명문 college 들이 많이 있는데
영국 사람들은 자신의 출신대학을 말할 때 단순히 옥스포드출신이라고 하지 않고 어디어디 칼리지 출신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냥 옥스포드 나왔어요.. 라고 말하는 경우는 신통찮은 칼리지를 졸업하고 옥스포드의 명성에 묻어갈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란다. ( 뭐.. 우리나라의 명문대 지방캠퍼스 출신들이 흔히 그러듯..;; )
옥스포드는 공식적으로 1167년에 첫 강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니 거의 9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깊은 대학이기도
하다. 옥스포드 대학의 전신은 원래 종교인들이 공부를 하던 곳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지금도 church라는 이름을 단
college 들이 많다. 다수의 수상과 정치인, 노벨수상자들을 배출해낸 곳 답게 지금도 그 명성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데 연예인 중에서는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로완 앳킨슨이 옥스포드 전자공학과 출신. ( 역시 슬랩스틱 코미디도 머리
가 좋아야 더 좋은 연기를 펼치게 되는 듯 ) 작가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 "루이스 캐롤"이 옥스포드 출신.
루이스 캐롤은 수학과를 나왔는데 이 곳 옥스포드에서 교수로 재직할 당시 대학 총장의 딸을 모델로 해서 " 이상한 나
라의 앨리스" 를 집필했다고 함.
한적한 골목길에 투어 차량을 세워두고 Christ church college 로 가기 위해 걸어가던 중에 찍었던 사진.
유서깊고 오래된 지역답게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건물과 건물을 이어주는 목조 회랑이 인상깊어서 찍었다.
일행들이 바쁘게 걸어가던 중이어서 급하게 찍었더니 사진 퀄리티가 참 그지같다. ㅠㅠ
Christ church college 건물.
물론 이 건물 하나만은 아니고 입구를 통해 입장하면 칼리지 건물들이 여럿 펼쳐져 있다.
이 날이 일요일이다보니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의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물론 그 기나긴 행렬의 대부분을 차
지하는 것은 역시나 다름아닌 익룡무리들. 거의 70% 이상이나 익룡들이었음. ㅠㅠㅠ
기나긴 행렬 맨 뒤 끝에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데 우측에 넓은 풀밭과 이런 두루마리(?) 화장지들이 눈에 띄었다.
건초들을 이런식으로 넓게 펼쳐 말아서 보관하는 모양인데 대학 당국에서 관리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풀밭을 따로
관리하는 민간인이 있어서 이렇게 정리를 해놓은 것인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 가이드분도 모르시는 듯.
너무나 많은 관광객들 때문에 사진 찍고 싶은 기분도 안들고 그나마 사람들이 없는 곳만 후다닥 찍는다고 찍었는데
옥스포드 대학을 찬찬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연결할 수 있는 사진들이 없다보니 갑자기 뜬금없는 사진들이 불쑥 불쑥.
저기 담쟁이덩쿨로 뒤덮인 테라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고 움직였더니 익룡무리들이 나의 포토 포인트를 눈치
채고 지들이 먼저 우르르 달려가서 사진 찍어대며 비켜주지도 않아서 진심 빡쳤음( 나 이 표현 무지하게 혐오한다. 근
데 진짜 이 때 만큼은 빡친다는 말 이외의 적절한 표현을 도저히 찾을 수 없음. 너무너무 화가 났다. <---- 이건 너무
점잖은 표현이자나.. 나 진짜 분기탱천했었다고.. 엉엉 ㅠㅠㅠ )
행렬은 길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줄이 금방금방 줄어들어 약 20여분간 기다리다보니 드디어 차례가 왔다.
Christ church college 입장료는 성인 9 파운드. 한국돈으로 대략 16,000원. ㄷㄷㄷ
그래그래..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다보면 그만큼 유지관리비가 더 들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니? 니들... 응? 대학당국이 너무 그렇게 돈을 밝히면 학교 견학 목적으로 와 열심히 공부해서
이 학교에 꼭 진학하고 말겠어!! 라고 결심할 어린 꿈나무들에게 입장료 수익으로 대학 재정을 풍성하게 늘리려는 세
속적인 모습은.... 교육상 안좋아요 안좋아!! 쯧!!....
※ 매표소의 백발머리 젠틀맨 할부지 무지하게 멋졌음. 프록코트로 갈아입으면 그냥 바로 귀족으로 변모할 기세.
매우 엄격하고 근엄한 표정의 소유자이신지라 야단 맞을까봐 정면 사진은 못 찍었음.
드디어 대학 내부로 들어왔다. 여기에도 입구에서 익룡 학생들 무리로 바글바글바글.
하아 =3 이제 중궈만 보면 나도 모르게 조건반사적으로 한숨을 쉬게 된다.
정녕코 내가 열 몇시간을 날아 도착한 곳은 영국이 아니라 중국이었던 듯하다.
몇 백년이나 되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던 아치 문.
돌 벽과 계단들, 수없이 많은 사계절을 묵묵히 견디어온 대견한 천정과 궁륭들 하나하나 천천히 구경하고 느끼고
설레어할 시간이 필요한데 익룡무리들 앞에서 그런건 모두 다 사치. 시끄럽고 어수선하며 고함지르고 새치기하는
북새통에 오로지 내 줄을 사수해야만 한다는 원시적인 본능만 앞세워야 한다는 이 현실이 나는 너무 싫고 또 슬펐다.
나중에... 진짜 나중에 조용한 때.. 관광객들이 극성을 부리지 않을 시기에 다시 와야지 하고 조용히 결심했다.
계단 끝에 드디어 홀 문 입구가 보인다.
이 계단은 영화 해리포터에서도 나왔다고 하는데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나온 것인지 다른 장소로 나온 것인지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해리포터 팬들은 영국여행 오면 이 곳은 무조건 들르는 성지라고 함.
워낙 오래된 건물이니 뭐 특별한 장치없이 그대로 촬영해도 되긴 했겠다.
홀 문을 들어가면 벽에 역대 이 곳 칼리지 출신들과 관계자들의 초상이 걸려있다.
역시나 너무 많은 인파로 인해 제대로 구경할 시간도 없거니와 사진 찍을 상황도 아니었음. 사람들 머리가 찍히는 것
이 싫어서 카메라를 들어 벽 위쪽만 찍었다.
드디어 홀 입구 입장.
얼마전에 폭우로 인해 홀 천정의 일부가 무너지는 바람에 보수 공사중이라고 한다. 때문에 비계를 설치해놔서 관람하
는데 좀 불편한 상황.
홀 내부 사진. 이 곳 만큼은 사람이 많든 적든 익룡들이 설치든 말든 무시하고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가 유명한 이유는 바로 영화 해리포터에서 호그와트의 식당 장면의 촬영지로 쓰였기 때문.
아, 물론 이 장소에서 직접 촬영한 것은 아니고 대학당국에서 촬영을 허가해주지 않아서 이 곳과 똑같은 셋트장을 만
들어서 촬영했다고 한다. 저기 끝에 초상화들이 걸려있는 제단에는 계단이 있어 홀 보다는 살짝 더 높이 위치해있는데
영화속의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식당 장면에서처럼 대학교수들은 이 곳 제단 위의 테이블에서 식사를 한다고 함.
벽에 걸려있는 초상화들 역시 이 곳 칼리지 출신들.
테이블에는 접시와 찻잔, 포크와 나이프 등의 커트러리와 냅킨등이 셋팅되어 있는데 실제로 지금 현재 크라이스트 쳐
치 칼리지 학생들이 식당으로 이용하고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점심 식사 시간에는 관람이 제한된다.
헨리 8세 초상화가 있어서 찍어봤다. 아들 낳으려는 집념 + 호색기질로 몇 명이나 되는 왕비들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셨더랬지. 그 중 몇명은 목까지 날려가면서..... =_=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 카톨릭 교리와 교황에 맞서서 영국국교회를 교황청으로부터 분리해서는 스스로 종교 수장을 자
처하시며 왕과 영국국교회 수장 양수겹장으로 군림하셨던 대단하신 분.
천일의 앤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헨리8세 하면 앤 블린과의 연애사건이 가장 먼저 떠오를 듯
헨리8세의 파란만장한 왕실 이야기를 여기에 언급하려면 아마 12개월 이상은 연재해야 할 엄청난 시리즈물이 예상되
므로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해보시압!!!
여긴 교수님들께서 식사하는 테이블.
영화에서는 대식당이 엄청나게 크고 넓게 나오는데 실제로 모델이 된 크라이스트 쳐치 홀은 매우 아담하다.
근데 사진들이 왤케 그지같이 나왔나 그래... ㅠㅠㅠ
홀 벽 창문에 새겨진 스테인드 그라스.
맨 왼쪽 위에 익숙한 얼굴이 보일텐데 알버트 아인슈타인이다. 루이스 캐롤의 얼굴도 있다고 하던데 그건 찾지 못했음
아.. 그러고보니 난 루이스 캐롤의 얼굴을 모르는구나 참. =_= ;;;
학생들이 이용하는 식당이다보니 홀 한켠에는 이렇게 찻잔과 접시들이 정리되어 있다.
홀을 나와 계단을 내려오면 이렇게 중정 뜰로 나오게 된다.
가운데로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있고 그 잔디밭 주변을 사각형으로 빙 둘러서 건물이 세워져 있는 형태.
건물 정면의 모습. 다행히도 여기서는 아무런 방해도 제약도 없이 주변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관광객들은 저기 잔디밭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경비원분이 제재를 하고 있었기 때문.
브라보~!! ㅠㅠ
대신 뜰 바깥에는 이렇게 사람들이 바글바글바글... 익룡들도 와글와글와글.
티켓 입장료에는 홀 이외에 예배당 관람도 포함되어있다.
성당 내부.
유럽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고딕 양식의 건물로 천정의 아치 뼈대가 매우 화려한 편.
윽... 목 아파. ;ㅁ;
예배당을 나와서 다른 칼리지 건물로 move it~ move it~
역시 사람들이 없어야 제대로 된 사진들을 건질 수가 있다는걸 증명함.
여기도 꽤나 유명한 칼리지였는데 가이드분께 들었던 설명들을 메모한 수첩이 행방불명된 관계로
디테일한 설명은 불가능. 으흙.... 천하에 쓸모없는 것! 나같은 건 죽어야 해... 쾅쾅쾅~!!
( 벽에 머리를 짓찧으며 자책 중...... )
아무튼 확실하게 기억하는 것은 저 로맨틱한 기둥같은 것의 용도는 바로 해시계.
중간에 세로로 미세하게 새겨진 홈으로 시간을 측정한다고 하는데 시간 알아내는 것도 일일 듯.
차라리 배꼽시계를 믿는게 낫지 않을까 싶었음.
여기도 유명한 칼리지라고 했는데 역시나 메모가 없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나의 뇌. ㅠㅠㅠ
벽에 늘어져있는 넝쿨 장미와 현관 계단에 조르륵 피어있는 꽃 화분이 너무 이쁘다.
건물 자체도 아기자기해서 다분히 여성취향적이랄까.
칼리지 건물 바깥으로 나와서 본격적으로 옥스포드의 메인 스트릿을 향해 출발!
열심히 길을 걷던 중 발견한 우체통.
신기하게도 따로 스텐드형으로 세워져 있는게 아니라 건물 벽 안으로 심어져(?) 있는 형태.
간단한 안부 인사차 엽서를 보내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지만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게 뻔해서 관뒀다.
역시 여행은 사람 마음을 너무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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