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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2014년 영국

7월 29일 에딘버러 캐슬, 티본 스테이크

 

 

 

 

 

 

 

 

전쟁 박물관과 전쟁포로 박물관 구경을 하면서 의자에 앉아 불이 날 것 만 같은 다리도 좀 쉬게해주고

 

화장실도 다녀온 뒤 성 본 건물 쪽으로 슬슬 올라왔더니

 

그 사이에 더 많은 관광객들이 입장을 해 성 주위에는 그야말로 인산인해. 

 

날씨도 점점 구름이 많이 끼고 바람도 심해져서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기세라 서둘러서 성 구경길에 나섰다.

 

 

 

 

 

 

 

 

 

 

 

 

 

 

 

 

몇 백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비바람을 견뎌내가며 닳고 깎여나간 돌벽과 해사하니 피어있던 붉은 꽃의 조화가 좋아보여

 

찍었던 사진인데 실물의 느낌과는 180도 다르게 나와서 내 손모가지를 부러뜨려버리고 싶음. ㅠㅠ

 

 

 

 

 

 

 

 

 

 

 

 

 

 

 

 

왕관과 왕실의 검이 전시되고 있었던 곳.

 

실내는 촬영이 금지되어있어서 사진은 찍지 못했다.

 

 

 

 

 

 

 

 

 

 

 

 

 

 

 

 

 

이 곳은 에딘버러캐슬의 아파트먼트.

 

사람들이 머무르며 지냈던 생활관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성이라는 이름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웅장하거나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왕족이 머무르기는 했지만 거의 요새와 같은 용도로 쓰였기 때문에

 

접견이나 회의 업무 정도에 딱 최적화 된 최소한의 장식들이 전부.

 

현재는 영국 왕족일가가 에딘버러를 방문할 때

 

 여기 에딘버러캐슬이 아닌 홀리루드 궁전에서 생활을 한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귀에 들려오는 언어들도 제각각이다.

 

그래봤자 내가 금방 구분해낼 수 있는 언어는 몇 가지 밖에 안되긴 하지만

 

북유럽이나 동유럽 쪽 언어로 추정되는 낮선 말들도 꽤 많이 들려왔다.

 

사진에서 보듯 두터운 가을 점퍼에서부터 반팔 티셔츠까지 언어와 마찬가지로 옷 차림새도 다들 제각각.

 

 

 

날씨는 빗방울이 간간히 떨어지다가도

 

금새 또 하늘 언저리가 밝아지면서 해가 잠시 나오기도 하고

 

또 그러다가 돌풍과 함께 먹구름이 몰려와 다시 컴컴해지기도 하고...  

 

한 시간도 안되는 사이에 몇 번의 변덕을 부리는지 변화무쌍한 영국 날씨의 진수를 느꼈던 날.

 

 

 

 

 

 

 

 

 

 

성벽에서 내려다 본 캐슬 입구 광장 풍경

 

곧 있을 밀리터리타투 페스티벌 때문에 원형 무대가 설치되어있다.

 

저기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완만한 구릉지가 바로 아서스 시트.

 

다들 잘 알고있는 아더왕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다.

 

그 누구도 뽑아내지 못했던 검을 아더가 나서서 손 쉽게 스르릉하고 바위로부터 검을 빼어들었다는 바로 그 곳.

 

 

 

 

 

 

 

 

 

 

 

 

 

 

 

에딘버러가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다가도

 

이 곳에서 전망을 바라다보면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는 수평선을 보면서 여기가 해안도시라는걸 깨닫게 된다.

 

시내 곳곳에서 물갈퀴가 있는 갈매기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하게 됨. ㅋㅋㅋ

 

 

 

 

 

 

 

 

 

 

 

 

 

 

여긴 아주 오래전에 전쟁터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돌대포를 전시해놓은 곳.

 

저런 무거운 대포를 이런 험준한 지형의 땅에서 끌고다니는 것도 일이었을 듯.

 

대포알도 하나같이 무거운 바윗돌인데 그 시절의 군인들도 참 고생이 많았었겠다.

 

전쟁터에 몇 번 징용되었다 돌아온 병사들 모두 하나같이 류머티스 관절염이나 디스크 환자들 아니었을까 몰라;;;

 

 

 

 

 

 

 

 

 

 

 

 

 

 

성 안 한 쪽에는 이렇게 예배당도 있다.

 

성 마가렛 예배당이라는 곳인데 실내는 매우 소박하다.

 

에딘버러 성에서도 가장 오래된 건물로 국왕 데이비드 1세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헌정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석조 건물이라고 함.

 

이 곳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또 유명한데 줄서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을 엄두도 못내고

 

여기만 급하게 찍고 나와야만 했다.

 

 

 

 

 

 

 

 

 

 

 

 

 

 

어느새 하늘의 구름도 많이 걷혀 이제 비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은 날씨.

 

 

 

 

 

 

 

 

 

 

슬슬 성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던 도중에 본 일인극.

 

원래 간단한 말도 잘 못 알아먹는 한심한 수준의 영어인데다 극심한 스코틀랜드 억양까지 보태지니

 

이건 당췌 뭔 소리인지 알아먹어야 이해를 하지...

 

주변에 둘러서서 열심히 듣고있던 사람들은 저 남자가 뭔 말을 쏟아낼 때 마다 배꼽을 잡고 웃어대는데

 

나같은 영어 저능아는 그냥 조용히 뒤돌아서야 할 수 밖에 없었음. ㅠㅠㅠㅠㅠㅠㅠ

 

 

 

 

 

 

 

 

 

 

  자기 키 만한 총을 들고 속사포처럼 애드립을 쏟아내던 연기자분.

 

 

 

 

 

 

 

 

 

 

 

에딘버러캐슬을 나와서 점심을 먹으러 가는 중.

 

그라스마켓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기로 하고 열심히 걸어 내려갔다.

 

오르막일 때는 힘들었지만 내려가는 길은 풀루랄라~!! ♬

 

 

 

 

 

 

 

 

 

 

 

그라스 마켓으로 내려오던 길에 정말 우연히 발견했던 에딘버러 맛 집  "오잉크버거"

 

돼지를 통으로 바베큐해서 살점들을 찢어 빵 사이에 끼워주는 곳으로 엄청나게 인기있는 곳.

 

에딘버러 아니면 먹을 수 없는 버거라 먹을까 말까 갈등을 많이 했었지만

 

지금 여기서 버거를 먹었다간 점심을 못먹게될게 뻔해서 나중에 간식으로 사먹기로 하고 그냥 내려왔다.

 

가게 이름인 Oink 는 꿀꿀이라는 뜻. ㅋㅋ

 

 

 

※ 근데 난 끝내 이 오잉크 버거를 못 먹었다. 로열마일 돌아다니다보니 너무 지치고 힘든데다

다시 이 오르막길을 올라오는게 엄두가 안나서 포기하고 호텔 근처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역시 여행지에서는 눈에 보일 때 기회를 잡지 못하면 후회하게 된다. ㅠ

 

 

 

 

 

 

 

 

 

 

내가 점심을 먹으려고 별렀던 곳은 바로 이 곳  " Mussel & Steak Bar "

 

스테이크와 홍합요리 전문점으로 유명하다.

 

나는 무조건 고기가 고팠으므로 스테이크를 목표로 하고 가게 바깥에 붙어있는 매뉴들을 훑어봤다.

 

 

 

 

 

 

 

 

 

 

립아이 스테이크 227g  17.95 파운드. ( 약 32,000원 )

 

서로인 스테이크 284g 19.95 파운드. ( 약 35.500원 )

 

T-Bone 스테이크 397g 23.95 파운드. ( 약 43,000원 )

 

모든 스테이크 메뉴에는 비트 코울슬로와 칩스 또는 버터에 굴린 감자가 함께 나온다.

 

 

 

 

저기 위에 있는 메뉴는 스코틀랜드산 푸른홍합 냄비요리( 12.95파운드 )로 이 집의 간판 메뉴.

 

 

◎ 샬롯, 백포도주, 마늘과 크림소스

 

◎ 고추와 생강, 쿠민과 라임소스

 

◎ 위스키, 베이컨과 크림소스

 

◎ 대파, 사이다(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음료 사이다가 아니라 사과술 비슷한 영국 전통주 )와 크림소스

 

이렇게 네 가지의 소스 중에서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듯.

 

이 홍합요리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난 지금 고기에 눈이 뒤집혀 있으므로 아쉽지만 패스~!!

 

 

 

 

 

 

 

 

 

 

실내는 이런 분위기.

 

직원에게 혼자라고 말했더니 안쪽 테이블로 안내해줬다.

 

12시 20분 쯤 된 시간이었는데 한참 점심시간이다보니 식당안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내 테이블 담당 웨이터는 키도 크고 몸매도 적당히 근육질의 날씬한 에딘버러 꽃미남.

 

사진을 찍어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혹여 기분나빠할까봐 조용히 포기.....   =_=

 

 

 

 

 

 

 

 

 

 

미리 세팅이 된 자리에 앉으니 바로 메뉴판을 가져다 준다.

 

어차피 레스토랑 입구에서 티본 스테이크를 먹기로 작정을 했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이 티본으로 주문하고 가니쉬는 버터에 굴린 삶은 감자로 선택.

 

 

 

 

 

웨이터 : 오케이~! 고기는 어떻게 해줄까?

 

나 : 미디엄으로 부탁해.

 

웨이터 : 스타터는 필요없어? ( 원래 메인 먹기 전에 가벼운 메뉴의 스타터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음 )

 

나 : 응

 

웨이터 : 샐러드도 필요없어?

 

나 : 응

 

웨이터 : 와인이나 마실건?

 

나 : 필요없어

 

웨이터 : 그럼 탭 워터 한 잔 줄까?

 

나 : 고마워 부탁해.

 

웨이터 : 천만에

 

 

 

 

 

 

※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식의 주문방식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메인 한 가지나 간단한 샐러드만 주문한 뒤 웨이터가 이렇게 꼬치꼬치 물어보며

디테일하게 뭐 더 필요한게 없냐는 식으로 주문을 받으면

" 니가 주문한건 너무 적으니 좀 더 시키는게 어때?" 라는 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눈치보며 괜히 필요도 없는 메뉴를 추가로 더 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근데 이건 그냥 문화의 차이니까 절대로 눈치볼 필요가 없다는거.

걔네들은 손님들의 주문을 좀 더 디테일하게 받기 위해 친절하게 미리 먼저 물어보는 것일 뿐,

절대로 더 시키라는 압박이 아니니까 그냥 본인이 원하는 것만 당당하게 주문하고 절대 주눅들 필요가 없다.

 

 

 

 

 

 

 

 

 

 

훈훈돋는 웨이터는 이렇게 내 주문을 받아간 뒤

 

주방에다 전달해주고는 금방 탭 워터를 한 잔 가져다 주고 갔다.

 

친절하게도 레몬까지 한 조각 띄워서...

 

청량돋는 레몬수 한 잔 맛나게 들이키고는 뻔뻔하게 " 한 잔 더 줄 수 있니? " 라고 말하면서 잔을 내밀었더니

 

흔쾌히 웃으면서 한 잔 더 가져다 줬다.

 

눈에 튀게 호들갑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은근돋는 친절함이 영국인의 매력.

 

 

 

 

주문했던 스테이크를 기다려가며 무료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내 자리에서 대각선으로 11시 방향의 테이블에서 주문했던 음식이 때마침 나왔고 나는 내 코를 의심했다.

 

이건 영락없는 우리나라 짬뽕냄새.

 

코를 벌름거려가며 유심히 그쪽 테이블을 염탐하고 있자니 뭔가 뚜껑달린 스텐 냄비를 내려놓고 가는데

 

냄비 뚜껑을 열자마자 열 배로 더 진하게 나는 짬뽕냄새.

 

완전 마늘향이 솔솔나는게 매운탕 같기도 하고 짬뽕같기도 한, 아무튼 입 맛 돋구는 냄새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다.

 

아무래도 아까 메뉴판에서 봤던 그 홍합요리인 것 같은데 이 집이 홍합요리로 유명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냄새만도 이렇게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데 얼마나 맛이 있겠냐고요. ㅠㅠ

 

 

 

 

 

 

 

 

 

 

 

으헝~!!  드뎌 등장하신 고기님.

 

저기 데코되어 나온 상추가 너무 익숙해서 웃음이 나왔다.

 

우리나라 삼겹살 집에서 나오는 바로 그 쌈채소 상추랑 똑같잖아?

 

대중적인 레스토랑이라는건 알지만 저 시골스럽고도 소박한 접시 장식이라니... ㅋㅋ

 

 

 

 

 

 

 

 

 

삶아 데친 감자를 녹인 버터에 굴려서 다진 바질에 버무려 내어온 사이드디시.

 

크기가 작은 알감자를 껍질 채로 삶아서 요리했는데 이거 보기보다 너무 너무 맛있다.

 

 

 

 

 

 

 

 

 

떨리는 마음으로 고기님 더 가까이 촬영.

 

 

 

 

 

 

 

 

 

 

불 향 확확 나게 구워내서 먹기 전부터 입 맛 돌게 하더니만

 

조심스레 안심쪽 부분을 썰어 한 입 먹어보았더니 완전 감동스러운 맛.

 

너무너무 맛있자나. ㅠㅠㅠㅠㅠㅠ

 

같이 곁들여나온 비트 코울슬로도 진짜 맛있었다.

 

발사믹 식초로 맛을 내어 새콤하니 독일식 양배추김치 사워크라우트를 먹는 듯한 개운함에

 

고기 한 입 먹고 코울슬로로 입 가심하고, 또 고기 한 입 먹고 코울슬로로 입 가심해가며 번갈아 먹었더니

 

하나도 느끼하지 않아서 뼈에 붙은 마지막 살점까지 싹싹 핥아가며 알뜰하게 먹어치워주심.

 

 

 

 

 

 

 

 

 

 

고기 다 먹어치우고 알감자 까지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어치웠더니

 

배가 찢어질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 커피 한 잔 안마셔주면 마무리가 안 될 것 같아서

 

화장실의 압박을 무릅쓰고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했다.

 

근데 가져다준건 에스프레소의 탈을 쓴 아메리카노.;;;;;;;   -0-

 

( 거기다 크림까지 가져다주시는 센스.  설탕이 아니라 크림을 가져다 주는 아메리카노는 처음이야...  살짝 당황;; )

 

근데 사약처럼 독하긴 했지만 커피 맛은 좋았다.

 

커피랑 함께 곁들여 먹으라고 접시에 함께 내어 준 앙증맞은 쿠키도 맛있었고.. ㅎㅎ

 

 

 

 

 

 

 

 

 

 

느긋하게 커피까지 한 잔 마시고 계산해달라고 했다.

 

스테이크랑 커피랑 합계 26.70 파운드 ( 약 47,500원 )가 나왔는데

 

유럽에 오면 앉은 자리에서 편하게 계산을 다 할 수 있다는게 제일 좋다.

 

 

 

 

 

 

 

 

 

 

 

고기로 점심 든든하게 먹고 나와

 

다시 운동화 끈 꽉 조여매고 본격적인 에딘버러 탐방에 나섰다.

 

로열 마일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하는데 보기만 해도 한숨이 폭폭....  ;ㅁ;

 

평지 걷는거야 뭐 크게 힘들지않으니 상관없는데 오르막길은 정말 싫으다!!!  흑흑흑

 

 

 

 

 

 

 

 

 

 

 

 

 

건물과 건물 중간 사이에 멀리 깃발이 휘날리고 있는 곳이 바로 에딘버러 캐슬.

 

에딘버러 시내가 워낙 자그마한데다 어딜 헤매고 다니더라도

 

에딘버러캐슬이 보이기 때문에 길을 잘 모르고 막 다녀도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슬슬 오르막길을 걸어오다가 되돌아서서 잠시 숨을 고르며 찍었던 사진.

 

보기엔 평지처럼 보이겠지만 꽤나 경사가 진 길이라 50여 미터 정도 걸어오는 것도 힘에 부쳤다.

 

아.... 이너무 저질 체력을 어찌하면 좋을꼬....  ㅠㅠㅠ